이명박 대통령이 20일 '환율 상승 제어'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외환시장에 대한 '구두개입' 논란이 일고 있다.

대통령이 환율 수준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외국에선 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.

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'경제상황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'에서 "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미국 경제가 어려워 (전 세계적으로) 달러가격이 하락하는데 우리는 달러가 상승하는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"고 말했다.

또 "이는 기업 경영에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주는 요소가 되고 특히 물가가 대폭 상승하고 있다"고 지적했다.

'환율 급등'뿐 아니라 '환율 상승'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.

이에 대해 외환시장 관계자는 "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필요가 없는 얘기"라고 잘라말했다.

실무자급에서 하면 될 얘기를 대통령이 직접 하게 되면 시장에 '잘못된 시그널(신호)'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.

실제 외국에선 대통령은 물론 장관급도 환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.

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데다 자칫하면 노골적인 시장 개입으로 비쳐져 '환율조작국'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.

미국 재무부는 6개월마다 한 번씩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는데 여기서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면 무역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.

이 같은 이유로 외환시장에 대한 공식 구두개입은 통상 국장급 정도에서 이뤄진다.

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'환율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'고 묻는 기자들에게 "어느 나라나 환율에 대해서는 재무부 장관이나 정책 당국자에게 물어봐서는 안 된다.

시장이 방향을 예측하고 베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"고 말했다.

이날 원.달러 환율은 장 초반 1018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의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로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형성되며 상승폭이 제한돼 전날보다 90전 오른 1010원에 거래를 마쳤다.

박수진.주용석 기자 notwoman@hankyung.com